[뒤끝뉴스] 마크맨이 느낀 '호탕 재명, 반전 희정'








대형 태극기 뒤로, 야권 대선주자들과 정치부 기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부 기자들과 정치인들은 신문 지면과 카메라의 앵글 밖에서 거의 매일 같이 밥을 먹습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그 자리의 빈도와 식사 메뉴는 바뀌었지만, 바야흐로 대선을 앞둔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양측은 수도 없는 이유를 만들어내며 끊임 없이 만남을 이어갑니다. 특히, 언론사마다 정해진 대선주자들의 ‘마크맨’ (특정 주자를 전담하는 기자)은 자신들이 쫓아다녀야 할 정치인의 동선과 발언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주자 측과 접촉을 시도하지요. 대선주자 측 역시 마크맨을 통해 특정 언론사와의 관계에서 최소한의 소명 루트를 세워야 하고, 가급적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필요도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만남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이해가 물려있는 이런 관계가 이어지다 보면 자연히 뒷담화에 가까운 인물평이 나오기 마련이겠죠. 물론 팩트가 아닌 인물 평가를 기사에 인용하지는 않지만, 기자 일도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호불호(好不好)는 분명히 생깁니다. 여기서 먼저 매사가 삐딱한 기자들의 특성을 감안하고, 소속사의 정치이념적 성향을 최대한 배제해 봅니다. 그리고 마크맨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에피소드를 추려 봅니다. 그러니 대선주자들 앞에 명확한 키워드가 드러납니다.



다가서려는 문재인ㆍ강해지려는 안철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는 2012년 대선을 통해 이미 한 차례 대규모 마크맨들과 접촉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이후 이들은 나란히 정권교체에 실패했고, 불출마와 탈당 등을 통해 각자 정치적 여정을 달리하는 과정에서 미세하게 스킨십 방식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지나치게 딱딱하다”는 지적을 받아 온 문 전 대표는 사석에서 농담을 건네면서 최대한 편안한 대화와 포용의 모습을 보이려 애쓰고 있으며, “유약해 보인다”는 아쉬움이 많았던 안 전 대표는 사안에 따라 강한 어조로 자신의 입장을 말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실제 당 대표 시절 기자들과 개별적 만남을 즐기지 않았던 문 전 대표는 참모진들의 조언에 따라 지난 해 연말 마크맨들과 송년 점심모임을 먼저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표는 웃으며 “이제부터는 언론과 프렌들리 해지겠다”고 ‘셀프 디스’를 했으며, 이후에도 기자들의 자리에 먼저 찾아가 편하게 농담을 건네는 등 꽤 달라진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다짐과 달리, 아직 문 전 대표는 개별적으로 ‘호남 홀대론’ 등 민감한 이슈와 관련된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답하는 등 여전히 단호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 대선부터 문 전 대표를 마크하고 있는 복수의 기자들은 “특별한 이슈 없이 만나 그가 좋아하는 빨간 뚜껑의 옛날 소주를 몇 잔 마실 때면 ‘이렇게 좋은 사람이 또 있을까’ 생각이 들다가도, 참여정부 비판 등 그의 입장에선 타협할 수 없는 이야기가 나오면 표정이 굳어져 난감한 경우가 종종 있다”고 문 전 대표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안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문 전 대표보다 마크맨들과의 만남에 적극적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물러난 평의원 시절에도, 국민의당 창당 이후에도, 그는 자신의 마크맨들과 자리를 만들어 먼저 여론을 청취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최근의 안 전 대표는 과거 “하하하, 그런가요”라고 말하던 특유의 말버릇 대신, “그건 생각이 좀 다릅니다” “이 부분은 제가 이미 몇 월 며칠에 말한 내용이 있는데…”라는 말들을 자주 구사하는 편입니다. 지난해 총선 승리 과정에서 얻은 ‘강(强)철수’ 이미지의 극대화를 사석에서도 이어가는 것인데, 달라진 화법에 대한 마크맨들의 반응은 조금 엇갈리는 편입니다. 복수의 안 전 대표 마크맨들은 “그가 강한 톤으로 화법이 전환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사석에서의 대화나 아재 개그 등 농담도 공식석상의 발언과 인터뷰 등에서 이미 여러 번 암기해 말한 것을 반복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호탕 재명ㆍ반전 희정, 사나이 부겸ㆍ선비 학규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식사 자리에서 모습은 언론에 비춰진 이미지와는 다른 점이 많습니다. 두 정치인 모두 예상보다 호탕하며 예능적인 면모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장의 경우, 과거 민주당 부대변인 시절부터 정치부 기자들과 만나온 연륜 덕에 마크맨들과의 대화도 주도적으로 이끄는 스타일입니다. 물론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복지와 지방분권 문제 등에선 기존 토론회나 방송에서 나타난 투쟁적인 모습이 겹치지만, 이 부분을 떠나면 매우 자유롭게 자신의 단점과 민감한 루머 등에 대해 먼저 호탕하게 이야기를 꺼내 기자들을 놀라게 하곤 합니다. 이 시장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온라인상 소통을 마크맨들과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야권 대선주자들이 마크맨들과의 단체 SNS 대화방에 캠프 대변인들을 대리 참가시키는 것과 달리, 그는 직접 단체방에 들어와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입니다.

안 지사의 반전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반 대중들에게 안 지사는 근엄하고 진지한 정치인의 모습이 앞섰습니다. 그러나 사석에서 만난 안 지사는 상당히 밝은 모습을 드러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보좌했던 시절부터 기자들과 수많은 접촉을 해본 경험도 한 몫 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대화에 있어 낮은 자세로 경청하는 습관을 가졌고 유쾌하게 농담을 건네는 것 역시 익숙한 인물입니다. 최근에는 인기 개그맨 양세형씨의 ‘숏터뷰’ 프로그램 출연 등을 통해 안 지사의 다른 모습이 조금씩 더 알려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다만 안 지사의 마크맨 A 기자는 “여전히 역사 문제 등에 대해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모호한 발언이 많다”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시원시원한 ‘경상도 남자’입니다. 호방하고 큰 목소리, 기자들과 스스럼 없이 대화하는 방식. 야권의 적진인 대구에서 오랜 시간 고생하며 단련된 스킨십이 여의도에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두 번만 연락한 기자라도 편하게 “그래 O기자~”라고 부르며 대화를 주도하는 등 그에게선 선 굵은 ‘사나이’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정치판에서 산전수전 모두 겪은 고수의 풍모가 흐릅니다. 일부 젊은 마크맨들은 전남 강진에서의 칩거 생활 등을 떠올리며, 그를 ‘선비’ ‘도인’이라고 거리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최근까지도 어느 젊은 대선주자들보다 더 강한 체력을 자랑하며 마크맨들과 늦은 시간까지 정치 현안을 토론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정재호 기자 [email protected]

작성일 2017-06-19 12: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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